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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느끼는 걸 느껴라”
등록날짜 [ 2018년03월25일 16시28분 ]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으로 사랑을 들여다본다. 
그 사랑의 겉모습은 동성애일 수도 있고 첫사랑일 수도 있으며, 찰나의 폭발일지도 모르고 오래 남은 여운일지도 모르며, 환희라거나 비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결국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 있다는 거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외친다. ‘괜찮아, 사랑이야.’ 다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건 그저 그런 사랑이 아니라 ‘네 이름은 내가 가질테니 내 이름을 네가 가지라고 그리고나서 각자의 이름으로 상대를 불러주자’고 말하는 그런 마음이다.
이런 사랑에 취하지 않을리 없다. 관객은 지난 ‘1980년대 이탈리아 북부 어딘가’로 빨려들어간다. 여름 햇살, 소년과 청년, 두 대의 자전거와 수영하던 호수, 함께 누웠던 풀숲과 마주보고 섰던 광장이 있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조바심내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한 장면 한 장면을 쌓는다. 그렇게 완성되는 건 한 단어 혹은 하나의 이미지로 대체 가능한 박제된 사랑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기에 규정하기 어려운 생물(生物) 같은 사랑이다. 
영화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거의 모든 종류의 감정을 지켜보게 한다. “네가 느끼는 걸 느껴라” 이 대사는 그래서 필연적이다.
열일곱살 소년 엘리오(티머시 섈러메이)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 별장으로 향한다. 지겹고도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던 중 미국에서 손님 한 명이 온다. 고고학자 아버지(마이클 스틸버그)의 연구를 도우며 여름 휴가를 즐기려는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다. 건장한 체격에 수려한 외모, 박식하기까지 한 그는 금세 동네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올리버를 바라보던 엘리오는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예외적인 만남은 사랑의 보편적 속성을 더 절실히 드러내 보인다. 중요한 건 그들의 성(性)이나 나이가 아니다. 사랑은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순간에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 사이에서 싹튼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에게 왜 끌리는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건 그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아서다. 그들은 그저 어깨에 슬며시 얹은 손에 알듯 모를 듯한 신호를 담았던 그 순간의 느낌에 관해 언급할 뿐이다. 애초에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연인에게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 또한, 엘리오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서로를 ‘발견’했으니,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이 섬세한 영화는 입 밖으로 나온 사랑한다는 단어만이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슬쩍 흘리는 눈빛도, 괜한 퉁명스러움도,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차가운 물에 상대를 따라 발을 담그는 것도, 괜스레 발과 발을 겹쳐보는 것도 사랑이다. 
그러니까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르거나 너의 옷을 내가 입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행위다. 카메라는 느리지만 정직하고 진솔하게 그 모든 찰나를 담는다. 이런 방식은 노골적인 섹스 시퀀스는 커녕 격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 하나 없이도 그들의 사랑을 더 절절히 감지하게 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사랑의 형태를 두고 함부로 저울질하지 않는다. 저돌적인 엘리오의 사랑이 수세적인 올리버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본능적으로 현재에 충실하려는 엘리오의 사랑보다 이 관계의 미래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올리버의 사랑이 더 성숙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랑은 숱한 멜로 드라마가 품어왔던 고전적인 주제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고민들이기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중요한 건 사랑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지만 결국 구아다니노 감독이 말하기 위해 하는 건 이별과 상처다(원작인 안드레 아시먼의 소설 제목은 ‘그해, 여름 손님’으로 ‘손님’이라는 단어에 이미 이별이 암시돼 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별이 있을 수 없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상처는 없었다. 
 이별과 상처 또한, 사랑이다. 슬픔에 빠진 엘리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는 상처를 너무 빨리 치유하고 극복하려다가 자신을 망쳐. 인생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런 낭비가 어딨겠니. 슬픔과 아픔을 없애려고 하지 말거라”
이별과 상처가 곧 사랑이라는 걸 영화는 수차례 강조한다. 엘리오와 처음 입을 맞춘 직후 올리버의 옆구리에 난 상처는 곪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그 다음 날, 엘리오는 난데 없이 코피를 쏟는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엘리오가 구토를 하며 쓰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정적으로 관객의 가슴을 치는 순간은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최악의 아픔을 안기는 통화 장면이다.
영화는 부숴지고 잘려나간 다양한 고대 조각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문을 연다. 엘리오의 아버지 역시 유물을 연구한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조각상 한 점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그 조각들이 바닷 속에서 닳고 낡고 깨져서 불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깊은 바다에서 기어코 조각을 끌어올리는 건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유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말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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