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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차… 원작의 우아함·기품 그대로 살려
등록날짜 [ 2017년11월28일 15시21분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감독 케네스 브래나)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지난 1934년 내놓은 원작 소설의 우아하고 기품있는 풍미를 그대로 살려낸다. 

주인공 ‘애르퀼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연출까지 해낸 케네스 브래나는 전 세계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수십년 간 극찬받아온 원작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겠다고 작심한 듯 섬세한 각색과 아름다운 촬영으로 114분 동안 크리스티의 글을 담는다. 엉성한 수사물이 판치는 영화계에 이 작품은 그 무게감만으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삐딱하게 말하자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동안 수사물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 도일의 시대를 지나 각종 영화·드라마를 통해 빠르게 진화했다. 더 입체적인 캐릭터, 더 정교한 서사, 더 깊이 있는 메시지로 무장한 작품들이 지난 1934년 이후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속속 등장해 관객을 홀렸고 이제 사람들은 웬만한 자극에는 더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브래나 감독의 정직한 연출이 원작에 특별한 애정이 없는 대다수 관객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기차가 산사태를 만나 멈춰선다. 

그날 밤 사업가 ‘라쳇’(조니 뎁)이 객실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일등석에 탄 승객 13명. 이 기차에 타고있던 탐정 ‘애르퀼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즉각 수사에 나서지만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에는 빈틈이 없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가던 중 포와로는 용의자들을 심문하다가 라쳇이 5년 전 발생한 아동 납치·살해 사건의 범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용의자 모두 이 사건과 관계있다는 걸 눈치챈다.

케네스 브래나부터 조니 뎁·주디 덴치·페넬로페 크루즈·윌럼 더포·미셸 파이퍼·데이지 리들리·조시 게드…. 여기에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까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초호화 캐스팅은 단순 눈요기가 아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긴장감이다. 관객은 배우의 이름값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용의자가 모두 유명 배우라는 균형은 그들 중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의 시작점이 된다. 지난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의 동명 영화에도 숀 코너리·잉그리드 버그먼·앤서니 퍼킨스 등 당대 최고 배우가 출연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브래나 감독이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핵심으로 삼은 연출 방식은 효율적인 요약이다. 

원작에 없는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거나 원작에 있는 주요 설정을 생략하는 과감한 시도는 없다. 대신 원작을 충실히 살리며, 작가 크리스티와 추리소설의 고전 반열에 오른 그의 작품들, 그리고 주인공 포와로의 세계를 향한 존경과 믿음을 내보인다.

‘탐정 소설도 결국 사람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반전에만 집착하는 숱한 스릴러에 지친 관객이라면 오히려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꾸준히 영화화해온 브래나 감독의 경력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한 부분은 ‘오리엔탈 특급 살인’을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만다. 

결국 문제는 기차다. 정해진 시간에 오차 없이 출발·도착하는 기차는 이성과 합리의 근대성을 상징했다. 동시에 기차는 고립된 공간 속 엔진의 굉음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에로틱하고 폭력적인 곳이기도 했다. 원작은 당시 독자들이 기차를 떠올릴 때 느낄 이런 이중성을 파고들어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2017년 관객에게 기차는 그저 운송 수단일 뿐 더이상 과거의 상징성을 갖지 않는다.

원작을 충실히 영화화하는 것과 별개로 기차라는 공간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새롭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지난 1930년대의 크리스티와 2017년의 관객 간 80년의 틈을 뛰어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옮고 그름은 명확하고 그 중간은 없다’던 포와로의 신념이 이 사건을 거치며, ‘옳고 그름 사이 회색지대도 존재한다’는 식으로 변화하는 것 또한, 근대적 인간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기차의 상징성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 메시지 또한 지금의 관객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다. 

세계는 점점 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져가고 이런 불가해한 인간과 세계를 다룬 걸작들이 이미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상황에서 찾아온 포와로의 깨달음은 ‘뒷북’이거나 새삼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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